"아무거나 주세요" 대신 쓸 말들

입문 · 주문 · 3분 · 2026-08-06 업데이트

바에서 가장 흔한 주문은 "아무거나 주세요"입니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주문이기도 합니다. 받는 쪽에서 판단할 근거가 없으니 실패하지 않을 것 — 대체로 가장 무난한 것 — 을 내주게 되고, 무난한 술은 기억에 남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술을 알아야 주문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바텐더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건 술 이름이 아니라 좌표입니다. 세 가지만 있으면 충분해요.

세 가지 축

  1. 1.도수 — 센 게 좋은지, 오래 마실 수 있게 약한 게 좋은지
  2. 2.단맛 — 단 걸 좋아하는지, 쓰거나 드라이한 게 좋은지
  3. 3.탄산 — 청량한 게 좋은지, 묵직한 게 좋은지

이 세 가지만 조합해도 바텐더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수십 개에서 서너 개로 줄어듭니다. "도수는 약하게, 달지 않게, 탄산 있는 걸로"라고 하면 이미 충분히 구체적인 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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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써도 되는 문장들

  • "술은 잘 몰라요. 도수 약하고 달지 않은 걸로 한 잔 부탁드려요."
  • "첫 잔이라 가볍게 가고 싶어요. 탄산 있는 쪽으로요."
  • "이 집에서 제일 자신 있는 게 뭐예요?"
  • "방금 저분이 마시는 게 좋아 보이는데, 그건 뭔가요?"
  • "아까 마신 게 좀 셌어요. 다음 잔은 그보다 순하게요."

마지막 문장이 특히 유용합니다. 두 번째 잔부터는 첫 잔이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그것보다 세게/약하게, 달게/덜 달게"만으로 주문이 끝납니다.

취향을 모를 때 쓰는 방법

정말로 아무 감이 없다면, 좋아하는 술이 아니라 좋아하는 맛에서 출발하면 됩니다. 술이 아닌 것으로 말해도 됩니다.

  • "자몽·레몬 같은 시큼한 걸 좋아해요" → 사워·하이볼 계열
  • "커피나 다크초콜릿처럼 쓴 걸 좋아해요" → 위스키·아마로 계열
  • "과일주스처럼 달아도 괜찮아요" → 리큐어 베이스 칵테일
  • "탄산수를 좋아해요" → 하이볼·스프리츠 계열
  • "맥주는 밍밍한 것보다 진한 게 좋아요" → 에일·스타우트 계열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게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것보다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고수 못 먹어요"처럼, "단 건 별로예요" 한마디가 후보를 크게 줄입니다.

물어보면 좋은 것

바텐더에게 물어보기 좋은 질문은 취향이 아니라 그 가게에 관한 것입니다. 대답하는 쪽도 즐겁고, 그 가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라 실제로 쓸모가 있습니다.

  • "여기서만 마실 수 있는 게 있나요?" — 자가 제조 시럽이나 인퓨전을 쓰는 곳이 많습니다.
  • "이 술은 어떻게 마시는 게 제일 좋아요?" — 같은 술도 니트·온더락·하이볼로 완전히 달라집니다.
  • "안주는 뭐가 어울려요?" — 술에 맞춰 주방이 짜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타이밍

다만 대화에는 때가 있습니다. 바텐더가 셰이커를 잡고 있거나 주문이 밀려 있을 때는 짧게 끝내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술이 나온 직후, 혹은 손님이 빠진 뒤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상대가 바쁜지 아닌지는 몇 번 가보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그리고 대화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용히 마시고 싶은 날에는 주문만 하고 자기 시간을 쓰면 됩니다. 그것도 혼술의 정당한 사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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