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서 쓰는 말 — 니트부터 체이서까지
입문 · 주문 · 5분 · 2026-08-25 업데이트
바에서 쓰는 말은 대부분 외래어입니다. 그래서 처음 가면 메뉴판의 절반이 안 읽히고, 바텐더가 던지는 짧은 질문도 무슨 뜻인지 몰라 얼버무리게 됩니다. "온더락으로 드릴까요?" 같은 한마디에 막히는 거죠.
다행히 실제로 쓰이는 단어는 많지 않습니다. 서른 개쯤 되고, 그중 절반은 뜻을 알면 바로 이해되는 것들입니다. 외울 필요는 없고 한 번 읽어 두면 충분합니다.
어떻게 내주는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여기 속합니다. 위스키를 시키면 거의 반드시 물어봅니다.
- 니트(Neat) — 아무것도 안 섞고 잔에 그대로. 상온입니다. 향을 가장 많이 느끼는 방식입니다.
- 온더락(On the rocks) — 얼음을 넣습니다. 차가워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묽어집니다.
- 하프락(Half rock) — 얼음을 조금만. 온더락과 니트 사이입니다.
- 스트레이트(Straight) — 한국에서는 대개 니트와 같은 뜻으로 씁니다. 원래는 샷글라스에 담아 한 번에 마시는 형태를 가리켰습니다.
- 미즈와리(水割り) — 물로 희석합니다. 일본식 표현이고 이자카야에서 자주 봅니다.
- 트와이스업(Twice up) — 술과 상온의 물을 1:1로. 향이 열리면서 도수는 절반이 됩니다.
- 하이볼 — 탄산수로 길게 늘린 것. 도수가 가장 낮아집니다.
처음 마시는 술이면 "니트로 주시고 물 한 잔 같이 주세요"가 무난합니다. 향을 먼저 보고, 세다 싶으면 물을 섞으면 됩니다.
함께 읽기하이볼이 혼술에 잘 맞는 이유곁들이는 것
- 체이서(Chaser) — 독한 술 뒤에 마시는 것. 대개 물이고, 탄산수나 맥주를 주기도 합니다. 달라고 해도 됩니다. 대부분 무료입니다.
- 가니시(Garnish) — 잔에 얹는 장식. 레몬 껍질, 올리브, 체리 같은 것들입니다. 장식만은 아니고 향에 실제로 영향을 줍니다.
- 트위스트(Twist) — 시트러스 껍질을 비틀어 기름을 뿌리는 것. "레몬 트위스트"는 그 향을 얹어 달라는 뜻입니다.
- 비터스(Bitters) — 허브·향신료를 우린 농축액. 몇 방울로 맛의 방향을 잡습니다.
- 시럽 — 단맛을 넣는 재료. "덜 달게"라고 하면 이걸 줄입니다.
어떻게 만드는가
칵테일 메뉴판에 종종 적혀 있습니다. 완성된 잔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빌드(Build) — 잔에 재료를 직접 붓고 가볍게 섞습니다. 하이볼이 대표적입니다.
- 스터(Stir) — 믹싱글라스에 넣고 젓습니다. 맑고 묵직한 잔이 나옵니다. 마티니, 네그로니.
- 셰이크(Shake) — 셰이커에 넣고 흔듭니다. 공기가 들어가 부드럽고 거품이 생깁니다. 과즙이나 계란 흰자가 들어간 것들.
- 블렌드(Blend) — 얼음과 함께 갈아 냅니다. 프로즌 형태입니다.
규칙 하나만 기억하면 유용합니다. 맑은 재료만 들어가면 젓고, 탁한 재료가 섞이면 흔듭니다. 그래서 스터로 나오는 잔은 대체로 도수가 높고 셰이크로 나오는 잔은 마시기 편합니다.
잔의 이름
- 샷글라스 — 30~45ml짜리 작은 잔.
- 록글라스(올드패션드) — 두껍고 낮은 잔. 온더락에 씁니다.
- 텀블러(하이볼글라스) — 길쭉한 잔. 탄산이 들어간 긴 잔에 씁니다.
- 쿠페 / 닉앤노라 — 다리 달린 작은 잔. 얼음 없이 내는 칵테일용입니다.
- 글렌캐런 — 위스키 시음용 튤립형 잔. 향이 위로 모입니다.
계산과 관련된 말
- 커버차지 / 테이블차지 — 자리값. 주문과 별개로 1인당 붙습니다. 없는 곳이 더 많지만 있는 곳은 대개 입구에 적어 둡니다.
- 콜키지 — 술을 직접 가져갔을 때 받는 개봉료. 와인바에서 주로 씁니다.
- 라스트오더 — 마지막 주문을 받는 시각. 영업 종료보다 30분에서 한 시간 이릅니다.
- 바틀 킵 — 병을 사서 남은 걸 맡겨 두는 것. 보관 기한이 있습니다.
- 해피아워 — 이른 시간대 할인. 대개 오픈 직후 한두 시간입니다.
위스키 라벨에 붙는 말
- 싱글몰트 — 한 증류소에서, 몰트만으로.
- 블렌디드 — 여러 증류소·원료를 섞은 것. 균형이 좋고 값이 눅습니다.
- 캐스크 스트렝스 — 물로 도수를 낮추지 않은 것. 55~60%대도 있습니다.
- 논칠필터드 — 냉각 여과를 안 한 것. 질감이 두껍습니다.
- NAS — 숙성 연수 표기가 없는 것.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 피트 — 이탄으로 건조한 몰트에서 오는 훈연 향. 호불호가 가장 갈립니다.
메뉴판에서 자주 보는 나머지
- 드라이(Dry) — 달지 않다는 뜻입니다. 와인, 진, 마티니에 두루 붙습니다.
- 바디(Body) — 입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라이트/미디엄/풀로 나눕니다.
- 피니시(Finish) — 삼킨 뒤 남는 여운. 길다/짧다로 말합니다.
- ABV — 알코올 도수(%). 라벨에 작게 적혀 있습니다.
- 빈티지 — 와인의 포도 수확 연도입니다. 위스키의 숙성 연수와는 다릅니다.
- 하우스(House) — 그 가게가 기본으로 쓰는 것. "하우스 와인"은 잔으로 파는 기본 와인입니다.
- 시그니처 — 그 가게가 직접 만든 칵테일. 처음 갔다면 이걸 시키는 게 가게를 가장 빨리 아는 방법입니다.
- 오마카세 — 맡긴다는 뜻. 바에서는 "알아서 만들어 주세요"에 가깝습니다.
메뉴판에 아무 설명 없이 이름만 늘어놓은 곳이라면, 그건 물어보라는 뜻입니다. 설명을 적을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화로 정하는 걸 전제한 가게입니다.
굳이 다 쓸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이 단어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바에서 가장 잘 통하는 주문은 용어가 아니라 조건입니다 — "센 거 말고", "단 거 빼고", "탄산 있는 걸로" 같은 말이 훨씬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용어를 아는 것의 실제 효용은 주문할 때가 아니라 들을 때입니다. 바텐더가 "스터해서 낼게요"라고 하면 어떤 잔이 올지 짐작이 되고, 그러면 기다리는 시간이 덜 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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